진공관

선정의 변 선정수

낮은 음의 피아노, 첼로, 몽환적이고 베이스가 짙은 하우스 장르들을 좋아한다. 음악을 여유를 갖고 깊이 디깅해보진 않았지만, 귀에 편안하게 내려앉는 음악들은 다 이와 같은 공통점들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지니고 있는 아티스트가 블레이크다. 그래서인지 살면서 가장 반복적으로 들은 곡 중 하나가 블레이크 음악이었다.(이걸 이제 알았다) 블레이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면 묵직한 서브베이스, 넓디넓은 공간감, 첼로같이 저음의 부드러운 보컬을 실험적인 전자음악과 결합하는 것. 이번 앨범은 가장 최근의 앨범인 만큼 이전보다 더 다채로운 장르가 뒤섞이고 무엇보다 음을 넘어 가사가 좀 더 힘을 실었다는 점. 가사 역시 활자보다는 감정의 높낮이(도레미파솔)처럼 사용하지만!

전자음악과 노래 사이를 오간 음악가

제임스 블레이크의 작업에서는 목소리도 하나의 악기가 됩니다. 같은 음절이 겹쳐지고 높이가 달라지며, 사람이 부른 소리가 전자적인 질감 안에서 낯설어집니다. 반대로 작은 피아노와 목소리만 남았을 때는 가사의 감정이 매우 직접적으로 다가옵니다. 서로 떨어져 보이는 두 성격을 한 음악 안에서 이어온 것이 그의 아티스트로서의 중요한 성취입니다.

《Trying Times》는 2026년 3월 발표한 일곱 번째 솔로 정규 앨범이며, 메이저 레이블을 떠나 자신의 Good Boy를 통해 발표한 음반입니다. 독립이라는 제작 환경의 변화와 음악의 자유로움을 연결해 들을 수 있지만, 자유롭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곧 모든 곡의 완성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이제까지의 여러 얼굴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한 음반으로 모였는지가 질문입니다.

평가가 만나는 지점과 갈리는 지점

Dork의 조던 엘리슨은 넓은 공간의 제작과 목소리, 여러 스타일을 오가는 자연스러움에서 활기를 들었습니다. 피치포크의 앤드루 라이스는 전통적인 R&B의 멜로디 감각과 실험의 결합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곡은 더 다듬을 여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다양한 음악을 모은 장점이 듣는 사람에 따라 풍성함과 산만함으로 갈리는 지점입니다.

저음과 피아노, 목소리와 공간감은 그런 평가를 실제로 들어보는 좋은 기준입니다. 저음이 크다는 것과 저음이 오래 남는다는 것은 다릅니다. 소리의 시작이 단단한지, 뒤에 여운이 남아 다른 악기와 겹치는지, 목소리가 그 사이에서 가까워지는지 멀어지는지 들어보면 낮은 소리 안에서도 여러 종류의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음반에서는 가사의 뜻과 발음의 모양도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한 문장이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잘리고 늘어나는 소리 재료가 됩니다. 언어를 알아듣는 순간과 뜻을 놓고 음색만 따라가는 순간을 번갈아 느껴보세요. 같은 문장이 반복돼도 감정의 강도가 바뀌는 이유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Playing Robots Into Heaven 이후

2023년 솔로작 《Playing Robots Into Heaven》은 클럽 음악을 만들던 배경을 다시 전면으로 가져온 앨범입니다. 그 뒤 릴 야티와의 협업 《Bad Cameo》도 있었으므로, 《Trying Times》를 단순히 2023년 이후 아무 작업 없이 돌아온 음반으로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비교의 중심은 직전 솔로작과 이번 앨범에서 춤추는 리듬과 노래가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이번에는 멜로디와 관계의 언어가 더 직접적으로 들리면서도, 리듬이 갑자기 몸의 감각을 바꾸는 순간이 남아 있습니다. 노래를 듣다가 어느새 비트 안으로 들어와 있는지, 비트를 듣다가 어느 문장의 뜻에 붙잡히는지 살펴보세요. 같은 음악가의 서로 다른 시기가 한 곡 안에서 겹치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함께 비교할 음반Playing Robots Into Heaven (2023) · 협업작 Bad Cameo (2024)도 함께 구분

직전 솔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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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Trying Times의 노래와 R&B 멜로디가 더 가까운 구성

사이의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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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자신의 솔로 앨범으로 여러 얼굴을 다시 모음

제작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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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Good Boy를 통한 독립 발매

두 신청곡에서 귀 기울일 변화

〈Rest of Your Life〉는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움직이는 피아노, 하우스의 박동이 만나는 곡입니다. 목소리가 감정을 말하는 동안 반주가 그 감정을 안정시키는지 더 들뜨게 하는지 들어볼 만합니다. 사랑의 확신을 부르는 노래가 반드시 편안한 속도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Doesn’t Just Happen〉에는 래퍼 데이브가 참여합니다. 한 음반 안에서 노래하던 목소리와 랩의 문장이 교차하면 감정의 밀도뿐 아니라 말의 시간도 달라집니다. 문장을 촘촘히 전달하는 랩이 들어온 뒤 저음과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어보세요. 같은 제작자의 소리 안에서 다른 목소리가 얼마나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두 곡을 비교한 뒤에는 ‘제임스 블레이크다운 소리’가 무엇인지 한 가지씩 말해볼 수 있습니다. 낮은 주파수, 목소리의 처리, 빈자리, 곡이 예상 밖으로 움직이는 방식 가운데 답이 나뉠 것입니다. 특정 악기 하나보다 서로 다른 요소를 관계 짓는 습관이 음악가의 개성일 수도 있습니다.

귀 기울일 소리

  1. 〈Rest of Your Life〉에서 피아노를 따라 듣다가 목소리로 관심을 옮겨봅니다.
  2. 저음이 시작되고 사라지는 길이를 느끼며 공간이 넓어지는 순간을 찾습니다.
  3. 목소리가 한 사람처럼 들리는 구간과 여러 층으로 흩어지는 구간을 비교합니다.
  4. 〈Doesn’t Just Happen〉에서 데이브의 랩이 들어오기 전후에 말의 속도와 악기의 빈자리가 달라지는지 듣습니다.
  5. 큰 소리로 효과를 더하기보다 평소 음량에서 작은 소리가 얼마나 남는지 확인합니다.

함께 나눌 이야기

  • 저음은 몸을 움직이게 하나요, 마음을 가라앉히나요?
  • 목소리를 변형하면 감정이 멀어지나요, 더 정확하게 표현되나요?
  • 다양한 장르를 담은 앨범을 통일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 리듬이 주인공인 전작과 노래가 가까워진 이번 앨범 중 어느 쪽에 더 끌리나요?
  • 뜻을 모르는 가사도 감정의 높낮이처럼 들린다는 말에 공감하나요?
  • 자유로운 제작 환경이 음악에서 들린다고 느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