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의 변 윤하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덕질했던 일본 아이돌 Arashi의 정규 2집 앨범입니다. 아라시는 일본 문화 황금기 시대에 국민 아이돌로 활동한 쟈니스 소속 아이돌인데요. 투명비닐옷을 입고 밝고 에너지 넘치는 곡으로 데뷔해 10대의 풋풋함을 보여준 정규 1집과 달리, 2집은 그들 고유의 색깔을 담기 위한 고민이 잘 담겨있습니다.
특히 힙합, R&B, 시티팝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정통 아이돌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점이 인상 깊은데요. 그 중심에는 멤버 사쿠라이 쇼의 랩이 곡 전체를 끌고 나가는 주요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최애 멤버이기도 한 그의 랩은 2집에서 처음 등장하는데요. 랩 가사를 읽으며 그의 지향점을 알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질 당시에는 밝고 희망찬 노래를 위주로 들었다면, 2집 앨범은 요즘 제 취향과 맞닿아있습니다.
첫 순서로 Theme of ARASHI: 그룹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힙합 사운드로 풀어낸 곡은 펑크가 섞이며 아라시는 다른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돋보입니다 (가사가 약간 오글거려요)
Easy Crazy Break Down 은 업템포 빠른 비트인데 도입부에 익살스러운 느낌이 귀를 간지럽힙니다.
Tokyo Lovers Tune Night 은 도쿄의 밤이 생각나는 시티팝 장르로 세련된 느낌을 주고요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타이틀 a Day in Our Life는 힙합&R&B 장르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자유를 찾고 힘을 주는 노래로, 메인 보컬라인(오노, 니노)의 멜로디와 래퍼 라인(쇼)의 랩이 상호 교차하는 파격적인 구성으로, 아라시 힙합 스타일의 시초가 된 명곡입니다
ALL or NOTHING Ver.1.02 는 올드스쿨 힙합 장르로 제목처럼 모든 걸 걸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도전 의지를 보여주는데요. 비공식 DVD 싱글 프로젝트 곡을 정규 앨범 버전으로 리믹스한 버전입니다. 거칠고 리드미컬한 비트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ナイスな心意気 (나이스한 마음가짐)은 레트로 재즈 팝 장르로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있어 인상에 남습니다. 뮤비와 함께 보면 레트로를 댄스로 잘 표현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60~70년대풍 복고 사운드와 함께 힘차게 살아가자는 응원을 유쾌하게 풀어낸 곡입니다.
제 귀가 즐거웠던 몇 가지 곡의 특징에 대해 써봤는데요. 진공관 덕분에 숨은 명곡을 재발견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아이돌의 앨범에서 발견하는 음악적 선택
《HERE WE GO!》는 2002년 발표된 아라시의 두 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그룹의 밝은 첫인상을 알고 있다면, 이 음반에서는 랩과 멜로디, 여러 장르의 리듬이 맡는 비중을 새롭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돌이라는 이름이 음악의 장르를 하나로 정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소리로 만나는 작품입니다.
아라시의 평가를 훗날의 큰 인기만으로 설명하면 2002년의 작은 선택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목소리들이 어떤 순서로 등장하고, 랩이 반주를 채우는 장식인지 곡을 끌고 가는 중심인지, 각 멤버의 다른 음색이 어떻게 한 그룹의 소리가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퍼포먼스를 보며 좋아했던 음악을 소리만으로 다시 듣는 일도 또 하나의 평가가 됩니다.
앨범을 판단할 때 보이는 것
이 음반은 서로 다른 장르를 한 방향으로 섞기보다, 여러 스타일을 통과하는 동안 같은 그룹의 목소리가 어떻게 남는지 들어보기 좋습니다. 첫 곡 〈Theme of ARASHI〉가 그룹 이름을 내세운 뒤, 〈Easy Crazy Break Down〉과 〈Tokyo Lovers Tune Night〉 같은 곡들이 다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공식 트랙 목록을 따라 처음부터 들으면, 한두 곡의 이미지만으로 알던 그룹이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오래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지금의 취향으로 다시 들으면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팬으로서의 기억과 음악 자체의 취향은 서로 경쟁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멤버의 목소리와 밝은 후렴이 좋았지만, 나중에는 드럼과 랩의 배치가 더 재미있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음반을 다시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바뀐다는 것이 앨범을 오래 간직하는 즐거움이 됩니다.
여러 스타일을 차례로 통과하면서도 같은 그룹의 음색이 남는지 들어보세요. 어떤 곡에서는 리듬이 먼저 기억나고, 다른 곡에서는 목소리의 조합이 더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각각의 곡을 따로 들을 때 생기는 첫인상과 열네 곡을 한 번에 들은 뒤 남는 인상이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하면, 이 음반을 하나의 작품으로 판단할 기준도 더 구체적이 됩니다.
첫 정규 앨범과의 비교
비교 대상은 2001년의 첫 정규 앨범 《ARASHI No.1 〜嵐は嵐を呼ぶ〜》입니다. 데뷔 당시의 소개와 에너지가 중심이었던 음반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말을 주도하는지 들을 수 있습니다. 《HERE WE GO!》가 시도한 리듬의 다양성은 어른스러워졌다는 추상적인 말보다, 보컬과 랩이 차지하는 실제 위치를 통해 설명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번 음반에서는 랩이 노래의 흐름을 이끄는 순간들을 중심으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말과 멜로디가 서로를 받쳐주는지,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긴장을 만드는지 살펴보세요. 그룹을 알게 된 시점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익숙한 특징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발견일 수 있습니다. 여러 시기의 음반을 함께 듣는 즐거움은 그 차이에서도 생깁니다.
함께 비교할 음반ARASHI No.1 〜嵐は嵐を呼ぶ〜 (2001)
첫 정규작
이전ARASHI No.1의 데뷔 그룹 소개와 선명한 에너지
이번HERE WE GO의 다양한 스타일과 더 강해진 랩의 존재감
두 신청곡의 관계
이전a Day in Our Life에서 멜로디와 랩이 겹치는 인상
이번이어지는 ALL or NOTHING에서 같은 구조를 다른 태도로 사용
청자의 관점
이전당시 좋아했던 멤버와 밝은 후렴
이번지금 다시 발견한 리듬과 장르의 질감
5번과 6번 트랙을 이어 듣기
공식 수록 순서에서 〈a Day in Our Life〉는 5번, 〈ALL or NOTHING Ver.1.02〉는 바로 다음 6번 곡입니다. 제출한 두 곡을 앨범 순서대로 이어 들으면, 노래와 랩이 교차하는 방식에서 보다 직접적인 도전의 말로 이어지는 흐름을 살필 수 있습니다. 강하게 뱉는 말과 길게 부르는 선율의 대비가 그룹 안의 관계처럼 들리는지도 느껴보세요.
〈ALL or NOTHING〉은 버전 이름도 중요합니다. 같은 제목의 다른 영상이나 편집본을 틀면 이번 앨범의 경험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a Day in Our Life〉 역시 나중의 재해석 버전이 아닌 2002년 앨범 수록 녹음을 기준으로 듣겠습니다. 원래의 두 곡을 붙여 듣는 동안, 앨범이라는 형식이 각 곡을 어떤 순서로 기억하게 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귀 기울일 소리
- 앨범 순서대로 〈a Day in Our Life〉 다음 〈ALL or NOTHING Ver.1.02〉를 이어 듣습니다.
- 랩과 노래가 번갈아 등장할 때 같은 박자를 서로 다르게 쓰는지 들어봅니다.
- 목소리를 구분하려 애쓰기보다 낮은 말과 높은 선율이 만드는 층을 먼저 느껴봅니다.
- 〈Theme of ARASHI〉의 입구와 신청곡의 에너지를 비교하면 그룹을 소개하는 방식이 보입니다.
- 익숙한 멤버의 목소리를 따라 듣던 습관을 잠깐 내려놓고 베이스와 드럼만 따라가봅니다.
함께 나눌 이야기
- 아이돌 음악이라는 분류 때문에 예상했던 소리가 있었나요?
- 예전에 좋아하던 음반을 지금 다른 이유로 좋아하게 된 경험이 있나요?
- 랩과 보컬 가운데 어느 쪽이 곡의 중심처럼 들렸나요?
- 여러 장르를 시도하는 음반에서 통일성을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 팬으로서의 기억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 앨범의 매력을 어떻게 설명하고 싶나요?
- 두 곡의 순서를 바꾸면 그룹이 건네는 인상도 달라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