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선정의 변 이재만

원래 재즈를 좋아했지만, 주로 피아노 트리오 중심의 차분한 재즈를 즐겨 들었습니다. 재즈 퓨전은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는데, Snarky Puppy의 Lingus를 들으면서 점차 그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다양한 악기가 등장하고 음악적인 구성도 꽤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드럼과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그루브 위로 여러 악기가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복잡한 음악을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어느새 리듬을 따라가며 흥겹게 듣게 되고, 기분까지 좋아집니다. 특히 피아노를 좋아하는 제게는 후반부의 신시사이저 솔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주 영상을 보면서는 현장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연주자들이 자신의 연주뿐 아니라 서로의 연주를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참 좋습니다. 아직 앨범의 모든 곡을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Lingus를 계기로 이 앨범 전체를 더 들어보고 싶어 선택했습니다.

연주자의 반응까지 음악이 되는 앨범

《We Like It Here》에서는 연주를 듣는 일과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 특별하게 만납니다. 관객이 함께 있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촬영한 음반이기 때문입니다. 정교하게 짜인 합주와 즉흥적으로 자라는 연주가 같은 시간에 놓이고, 곁의 동료가 웃거나 놀라는 순간도 그 음악의 현재를 보여줍니다.

스나키 퍼피를 개별 연주자들의 실력을 모은 팀으로만 설명하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복잡한 구간에서도 함께 돌아올 수 있는 리듬과 모티프를 설계하는 능력, 누군가 앞으로 나설 때 나머지가 자리를 만드는 능력이 팀의 개성입니다. 곡을 구성한 사람과 그 안에서 즉흥연주하는 사람의 역할이 만나는 지점을 듣기에 좋습니다.

아티스트의 평가와 이 음반의 강점

발매 당시 RX Music의 크레이그 클레먼스는 오랜 투어에서 쌓은 팀의 호흡이 음반에 담겼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애플뮤직의 앨범 해설 역시 잼 밴드의 자유로움과 더 치밀한 구성 사이에 있는 이들의 특징을 짚고, 마지막 곡 〈Lingus〉를 중요한 성취로 소개합니다. 기교와 접근성이 함께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 앨범이 어렵게 들릴 것 같다는 예상과 실제로 몸이 움직이는 경험은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화음을 알아듣지 못해도 반복되는 리듬과 멜로디가 청자를 붙잡아줍니다. 그 위에 새로운 연주가 길게 펼쳐지면서 익숙한 바닥과 낯선 움직임이 동시에 생깁니다. 복잡함을 완전히 이해해야 즐길 수 있는 음악인지, 즐긴 뒤 더 알고 싶어지는 음악인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한편 긴 솔로의 인상이 너무 강하면 앨범 전체가 한 장면으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Lingus〉를 좋아하게 된 뒤 첫 곡 〈Shofukan〉으로 돌아가보는 이유입니다. 첫 곡이 넓은 합주의 입구를 만들고 마지막 곡이 긴 즉흥의 정점을 만들 때, 그 사이의 곡들이 어떤 폭을 보여주는지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직전 작업들과 비교하기

직전의 《Family Dinner, Vol. 1》은 여러 보컬리스트와 함께한 노래 중심의 프로젝트입니다. 《We Like It Here》는 밴드의 기악 합주와 즉흥연주가 다시 중심을 차지합니다. 가수가 문장으로 전달하던 중심을 여러 악기가 나누어 맡는다고 생각하며 비교할 수 있습니다.

기악 밴드로서의 연속성을 보려면 2012년 《groundUP》도 유용합니다. 팀의 그루브와 합주 방식이 이어지면서도 이번 음반에서는 큰 전개와 솔로의 길이가 어떤 비율로 맞물리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작품 수가 많은 팀의 전작 비교는 바로 앞에 나온 제목 하나만 고르는 것보다 같은 형식의 작업과 다른 형식의 작업을 함께 보는 편이 입체적입니다.

함께 비교할 음반Family Dinner, Vol. 1 (2013) · 기악 앨범 groundUP (2012)도 비교

직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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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밴드의 기악 합주 및 긴 즉흥연주

기악 전작과의 연속

이전groundUP의 그루브와 앙상블

이번같은 문법을 더 큰 전개와 솔로로 펼침

음반과 영상

이전녹음된 결과를 듣는 경험

이번함께 반응하는 연주자들을 보며 듣는 경험

Lingus를 끝까지 듣는 방법

〈Lingus〉의 후반 신시사이저 솔로가 유명하지만, 그 순간만 떼어 들으면 솔로를 가능하게 한 바닥이 사라집니다. 앞부분의 리듬과 모티프를 먼저 몸에 익히고, 솔로가 시작된 뒤에도 베이스와 드럼이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바꾸는지 함께 들어보세요. 혼자 빛나는 연주처럼 보이던 구간이 여러 사람의 대화로 들릴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솔로 연주자에게만 시선이 가기 쉽습니다. 이번에는 옆에서 반응하는 동료와 리듬 파트를 잠깐 보아도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새로운 제안에 바로 반응하는지, 예상 밖의 움직임을 즐기는지, 다시 합주로 돌아갈 때 누가 어떤 신호를 주는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다만 표정만으로 실제 음악적 판단을 단정하지 않고, 눈으로 본 반응과 귀로 들은 변화를 함께 말해보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곡을 두 번 들을 수 있다면 첫 번째는 눈을 감고, 두 번째는 짧게 영상을 보며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영상이 소리의 구조를 더 잘 이해하게 하는지, 특정 연주에 관심을 쏠리게 하는지 답이 갈릴 것입니다. 음반이 동시에 공연의 기록이 되는 방식을 생각해보기 좋은 곡입니다.

귀 기울일 소리

  1. 전반의 반복을 충분히 들은 뒤 후반의 신시사이저 솔로로 들어갑니다.
  2. 솔로가 높고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 베이스는 무엇을 유지하는지 따라갑니다.
  3. 드럼이 솔로의 새 문장에 반응하는 순간을 각자 하나 골라봅니다.
  4. 영상에서는 주인공 외의 연주자 한 사람을 잠시 따라가봅니다.
  5. 끝에서 다시 함께 움직이는 구간을 놓치지 않고, 솔로만 들은 기억과 비교합니다.

함께 나눌 이야기

  • 복잡한 음악을 이해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었던 순간은 어디였나요?
  • 〈Lingus〉의 주인공은 솔로 연주자일까요, 리듬을 지탱하는 팀일까요?
  • 영상이 음악을 더 잘 듣게 했나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나요?
  • 연주자가 동료의 연주를 즐기는 모습이 청자에게도 전달되나요?
  • 노래가 없는 앨범에서 곡과 곡의 차이는 무엇으로 기억하나요?
  • 앨범 마지막에 긴 솔로를 놓는 선택은 어떤 마무리를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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