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선정의 변 이선민

이 앨범은 소울 딜리버리라는 밴드가 런던에서 작업한 곡들을 담은 앨범입니다. 처음에는 친구가 Greenwich Holiday라는 트랙을 추천해줘서 들어보았는데, 개별 곡도 좋지만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란히 듣다 보면 합주하고 곡을 쓰고 공원을 산책하고 식사를 하는 밴드의 일상에 가만히 함께하는 듯한 느낌이 나요.

사운드체크 트랙도 재치있고, 전체적인 사운드도 R&B 보컬에 소울과 재즈의 느낌을 잘 살린데다 유난히 박자감이 재밌는 곡들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면 유독 돌려듣는 음반이에요! 최근에 바이닐을 아주 운 좋게 구해서 함께 듣고 싶습니다ㅎㅎ

잼으로 시작해 앨범을 만드는 밴드

소울 딜리버리는 합주에서 생긴 움직임을 곡으로 발전시키는 밴드입니다. 잘 완성된 악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과, 함께 연주하는 동안 생긴 작은 발견을 붙잡는 것은 다른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Peninsula Park》에서는 그런 창작 방식이 낯선 도시에서 함께 보낸 시간과 만납니다.

밴드는 런던에서 한 달가량 함께 지내며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앨범 이름은 머물렀던 그리니치 페닌술라와 한국의 반도라는 공통점, 쉬고 영감을 얻던 공원의 경험에서 나왔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동명의 공원을 묘사한 음반이라기보다, 듣는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가상의 장소를 만든 셈입니다. 제목만으로 짐작했던 풍경과 음악을 들으며 생기는 풍경을 비교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티스트의 평가와 합주의 설득력

소울 딜리버리는 첫 음반 《FOODCOURT》부터 한국대중음악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이번 음반의 〈Whiskey〉도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 후보가 됐습니다. 이는 연주곡이 중심인 밴드의 호흡과 보컬이 있는 노래의 완성도를 함께 볼 수 있는 이력입니다. 후보 선정과 수상은 구분하되, 어떤 곡에서 밴드의 개성이 들리는지 살펴볼 출발점이 됩니다.

밴드를 직접 만난 정민재의 인터뷰에서는 런던의 잼 세션에 자연스럽게 참여했던 일과, 공원에서 쉬며 얻은 영감이 소개됩니다. 낯선 환경이 곧바로 특별한 음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익숙한 동료들과 다른 일상을 보내는 동안 서로를 듣는 방식이 달라졌는지가 이 앨범의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연주를 잘하는 밴드의 음반에서는 기교의 양을 세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악기 하나가 빈자리를 남겼을 때 다른 악기가 무엇을 하는지 듣는 편이 더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모두가 동시에 복잡하게 연주하는 순간보다, 간단한 리듬을 네 사람이 함께 유지하는 순간에 팀의 성격이 더 잘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보컬이 들어온 뒤 연주가 뒷배경이 되는지, 여전히 하나의 인물처럼 움직이는지도 살펴보세요.

FOODCOURT에서 런던의 공원으로

《FOODCOURT》와 《Peninsula Park》는 함께 음악을 만들고 나누는 장소를 이름에 놓습니다. 전작에서 쌓은 잼의 언어를 유지하면서, 이번에는 실제로 한 장소에 머물며 녹음한 경험과 여러 게스트의 목소리를 더합니다. 밴드가 가진 문법을 버리는 변화가 아니라 만나는 사람과 공간이 넓어지는 변화입니다.

두 앨범을 비교할 때는 게스트 수만 세기보다 연주곡과 노래가 이어지는 방식을 들어보면 좋습니다. 같은 밴드가 반주하고 있는데도 보컬의 성격에 따라 곡이 완전히 다른 색을 얻는지, 혹은 누구와 함께해도 먼저 밴드의 리듬이 들리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앨범 전체의 일관성을 악기 편성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태도에서 찾는 방법입니다.

함께 비교할 음반FOODCOURT (2022)

제작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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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런던에서 생활하고 녹음하며 이어진 잼과 협업

장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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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그리니치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가상의 공원

앨범의 연결

이전각 곡 안의 밴드 호흡

이번사운드체크와 게스트 목소리까지 포함한 한 공간의 흐름

사운드체크도 음악이 되는 순서

앨범은 짧은 〈Soundcheck 1〉으로 시작하고, 〈Fish and Chips〉와 〈Greenwich Holiday〉가 뒤따릅니다. 첫 사운드체크는 설치를 마친 뒤 스튜디오에서 처음 녹음한 소리라는 공식 설명이 있습니다. 완성된 곡 앞에 준비의 시간을 남겨두면서 청자는 공연장 밖에서 결과물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방 안으로 조금 먼저 들어온 사람이 됩니다.

두 신청곡은 원래 앨범에서도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연주를 따라가다가 목소리가 들어오는 경험을 끊지 않고 느끼기 좋습니다. 가능하면 첫 사운드체크부터 약 여덟 분을 이어 들어보세요. 짧은 준비의 소리가 뒤의 노래를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이게 만드는지 느껴볼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돌아오는 사운드체크는 음악이 만들어진 공간을 상기시킵니다. 곡을 건너뛰며 들으면 이런 짧은 트랙은 쉽게 사라지지만, 처음부터 들을 때는 앨범의 공기를 유지하는 연결이 됩니다. 완성된 음악에 덜 완성된 순간을 남기는 일이 친밀감을 만드는지, 흐름을 끊는지 서로 다른 감상을 나눠볼 만합니다.

귀 기울일 소리

  1. 〈Soundcheck 1〉→〈Fish and Chips〉→〈Greenwich Holiday〉를 중간에 멈추지 않고 듣습니다.
  2. 보컬이 등장한 뒤에도 드럼과 베이스의 작은 대화가 계속 들리는지 따라갑니다.
  3. 박자를 정확히 세기보다 몸이 먼저 따라가게 되는 악기를 하나 골라봅니다.
  4. 짧은 사운드체크를 건너뛴 재생과 포함한 재생의 입구를 비교합니다.
  5. 마지막 〈See you again〉까지 들으면 방에 들어왔던 첫 장면이 어떻게 닫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함께 나눌 이야기

  • 노래가 시작되기 전의 준비 소리도 앨범에 필요할까요?
  • 좋은 합주는 누가 잘하는지 들리는 음악일까요, 서로 잘 듣는 것이 들리는 음악일까요?
  • 낯선 도시에서 만든 음악이라는 정보를 알고 나니 떠오른 풍경이 달라졌나요?
  • 연주곡에서 보컬 곡으로 넘어갈 때 무엇이 가장 크게 바뀌었나요?
  • 짧은 연결 트랙을 건너뛰면 무엇을 잃게 될까요?
  • 이 음반을 공원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느 곡에서 오래 머물고 싶나요?
嵐 · ARASHI · HERE WE 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