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의 변 임원주
다니엘 시저의 Never Enough는 사랑과 자기 자신에 대해 고찰한 앨범입니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온전히 안심할 수 없는 마음, 그리고 충분히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우리 모두 한 번씩 느껴보았을 겁니다.
진솔하고 몽환적인 감성의 다니엘 시저의 노래에서는 부드럽고 따뜻한 사운드 속에 외로움과 불안, 욕망 같은 감정들이 함께 느껴집니다. 듣기에는 편안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은 기분이 들어요.
첫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아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노래들로 채워진 이 앨범은 앨범 커버 사진이 너무 맘에 들어 제가 따로 그림으로 남길 정도로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일몰 이후 해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붉은 빛은 다 빠지고 푸른빛만 남은 저녁 시간에 무작정 달려 나가는 다니엘 시저의 앨범 커버와 음악을 함께 감상해보시길 추천드려요!
다정한 목소리가 품고 있는 불안
다니엘 시저의 노래는 부드럽게 들리지만 그 안의 감정까지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과 관계에서 물러나고 싶은 마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도 충분하지 않다는 감각이 함께 있습니다. 세 번째 정규 앨범 《NEVER ENOUGH》는 그런 불안을 넓어진 소리의 풍경 속에 놓습니다.
가스펠의 화성과 어쿠스틱한 친밀감으로 주목받은 《Freudian》 이후, 그의 작업은 한 가지 성공 공식을 반복하기보다 전자적인 처리와 다른 장르의 질감을 더해왔습니다. 아티스트를 평가할 때도 ‘감미로운 R&B 보컬’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친밀한 목소리를 낯선 소리 안에 놓았을 때 감정이 더 깊어지는지, 혹은 음악의 중심이 흐려지는지가 중요한 질문입니다.
호평과 비판이 만나는 신청곡
피치포크의 헤븐 하일은 앨범의 실험과 가사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도 〈Always〉와 〈Let Me Go〉를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앨범 전체의 성취에 동의하지 않는 평론가도 사랑과 이별을 직접적으로 노래하는 순간에는 그의 설득력을 인정한 셈입니다. 참여자가 고른 두 곡을 통해 그런 평가의 근거를 직접 들어볼 수 있습니다.
반면 엑스클레임의 벤 오카자와는 9점을 주며 장르를 넓히면서도 기존의 관심사를 이어간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같은 실험을 한쪽은 집중의 분산으로, 다른 쪽은 음악의 확장으로 들은 것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납득되는지 두 신청곡과 앨범의 입구를 함께 들으며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개별 곡이 좋다는 평가와 좋은 앨범이라는 평가는 구분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두 곡만 남겼을 때 더 완벽해지는지, 그 사이의 흔들리는 곡들이 있어 두 곡이 더 절실해지는지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NEVER ENOUGH》는 앨범의 일관성을 같은 분위기의 유지로 볼 것인지, 한 사람의 서로 모순되는 감정까지 담는 것으로 볼 것인지 묻기에 좋습니다.
본인은 하입비스트 인터뷰에서 여러 도시를 오가며 녹음했고, 단순하게 남겨야 할 곡과 복잡한 편성이 필요한 곡을 모두 시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행은 재킷의 배경이나 홍보 문구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소리와 제작 환경을 만나는 과정이 됩니다. 다만 도시마다 어떤 음색이 들어갔다고 임의로 연결하기보다는, 곡마다 달라지는 밀도를 듣는 편이 정확합니다.
CASE STUDY 01과 비교하기
전작 《CASE STUDY 01》에서도 사랑을 지적인 질문과 실험적인 제작으로 넓히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NEVER ENOUGH》에서는 그런 관심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불안과 더 가까이 만납니다. 소리는 넓어지는데 화자의 마음은 더 안쪽으로 좁혀지는 듯한 순간들이 생깁니다.
《Freudian》의 맑고 직접적인 친밀감을 기준으로 들으면 이번 앨범의 흐릿한 소리와 음성 처리가 거리감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흐릿함을 안정되지 못한 감정의 모양으로 받아들이면 편안한 노래 안에서 불안이 더 잘 들립니다. 어느 쪽의 감상이 더 옳은지 정하기보다, 같은 효과가 어떤 청자에게는 분위기이고 다른 청자에게는 방해가 되는 이유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함께 비교할 음반CASE STUDY 01 (2019) · 초기 기준점은 Freudian (2017)
초기 기준점
이전Freudian의 가스펠적 화성과 가까운 어쿠스틱 감정
이번NEVER ENOUGH의 넓어진 질감과 여러 방식의 목소리 처리
직전 정규작
이전CASE STUDY 01의 실험과 사유
이번자신의 불안과 부족함을 들여다보는 감정
평가의 쟁점
이전선명하고 친밀한 노래의 설득력
이번실험의 폭이 앨범의 확장인지 집중의 분산인지
Always와 Let Me Go 사이
〈Always〉는 오래 남겠다는 마음을 선명한 멜로디로 붙잡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상대에게 건네는 약속인지, 아직 끝내지 못한 자신을 설득하는 말인지는 열려 있습니다. 매끄러운 선율을 따라가면서 문장에 담긴 집착과 다정함의 비율을 각자 느껴보세요.
〈Let Me Go〉에서는 놓아달라는 말이 앞선 곡의 지속과 부딪힙니다. 사랑을 오래 지키는 것과 관계를 끝내는 것이 모두 자신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모순입니다. 두 곡을 붙여 듣는 이유가 단지 분위기가 잘 맞아서인지, 서로 반대되는 말이 같은 사람의 마음처럼 들려서인지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재킷도 음악을 듣는 또 하나의 입구가 됩니다. 푸른 저녁의 풍경과 음악을 함께 볼 때, 눈으로 본 장면이 소리에 어떤 온도를 더하는지 살펴보세요. 재킷을 보지 않고 들은 사람의 인상과 비교하면 앨범이 소리 외의 요소로도 기억되는 방식을 알 수 있습니다.
귀 기울일 소리
- 〈Always〉의 가장 확신에 찬 문장을 골라, 목소리에도 같은 확신이 있는지 들어봅니다.
- 〈Let Me Go〉에서 주선율과 뒤에 겹친 목소리의 거리를 느껴봅니다.
- 보컬이 선명하게 들리는 순간과 악기 속으로 스며드는 순간을 구분합니다.
- 두 신청곡을 듣고 앨범 첫 곡으로 돌아가 전체의 입구가 어떤 인상이었는지 확인합니다.
- 재킷을 보며 들었을 때와 눈을 감고 들었을 때 떠오르는 장소를 비교합니다.
함께 나눌 이야기
- 이 노래들의 부드러움은 위로인가요, 불안을 감추는 표면인가요?
- 〈Always〉의 지속과 〈Let Me Go〉의 놓아줌은 서로 반대되는 마음일까요?
- 가장 좋은 곡 두 곡만 들으면 앨범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 비평가가 지적한 느슨함이 나에게는 몰입의 조건이 될 수 있나요?
- 재킷 이미지가 음악을 좋아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주나요?
-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말하는 노래와 그 감정을 멋있게 꾸민 노래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