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선정의 변 박주영

2000년 발매 앨범이라고 믿을 수 없는 동시대적 사운드를 가진 앨범입니다. 한국의 모던록에 소소한 일상을 노래하는 시대를 이끈 밴드. 그들의 최고 명반. 한국 100대 명반 46위에 빛나는 앨범입니다.

일상을 음악의 중심으로 가져온 밴드

롤러코스터의 음악에서는 누군가의 거대한 선언보다 하루를 살아가는 작은 말들이 먼저 다가옵니다. 조원선의 목소리, 기타와 베이스가 만드는 리듬이 무심한 듯 나란히 움직이고, 그 안에 지나간 사랑과 피곤한 하루, 자신에게 건네는 질문이 놓입니다. 《일상다반사》는 이런 밴드의 얼굴이 더욱 단단해진 두 번째 앨범입니다.

애시드 재즈라는 장르 이름을 먼저 외우지 않아도 이들의 특징은 들을 수 있습니다. 저음이 리듬을 끌고 가는 동안 기타가 작은 틈을 만들고, 보컬은 그 위에서 감정을 지나치게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반주의 세련미가 일상적인 말을 멀어지게 하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들리게 만든다는 점이 이 밴드의 중요한 성취입니다.

명반이라는 평가의 구체적인 내용

김윤하는 2008년 경향신문 명반 해설에서 데뷔작의 신선함을 이어가면서 홈 레코딩의 완성도와 일상의 언어가 깊어진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해당 기획에서는 66위였고, 2018년 한겨레·멜론·태림스코어 공동기획에서는 46위로 선정됐습니다. 순위가 서로 다른 것은 같은 목록의 오류가 아니라 선정 시점과 기획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2000년에 나왔는데도 지금 같다’는 감상을 더 자세히 풀어볼 수도 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소리를 피해서일 수도 있고, 리듬의 균형과 목소리의 절제가 지금의 청취에도 설득력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발매 시기의 감각이 남아 있어 더 좋아지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오래됐다는 사실을 잊게 하는 음악과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해서 좋은 음악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의 제작 방식은 이번 모임의 다른 음반들과도 비교하기 좋습니다. 많은 사람과 큰 스튜디오가 필요한 음반이 있는가 하면, 작업하는 사람들의 판단과 조합이 더 결정적으로 들리는 음반도 있습니다. 장비나 비용의 규모를 몰라도 악기들이 서로의 자리를 잘 지켜주는지, 작은 소리가 묻히지 않는지 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9년 데뷔작에서 달라진 것

첫 앨범 《Roller Coaster》가 팀의 새로운 조합과 감각을 소개했다면, 《일상다반사》는 그 조합 안에서 노래와 소리의 마감을 더 정교하게 다듬습니다. 변화가 갑작스러운 장르 전환으로 나타나기보다, 이미 가지고 있던 말투와 리듬의 설득력이 깊어지는 쪽에 가깝습니다.

전작을 뛰어넘는다는 말을 꼭 더 크거나 더 복잡한 음악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장식을 더하지 않는 결정, 보컬의 감정을 한 걸음 물리는 결정도 발전이 될 수 있습니다. 데뷔작과 이번 앨범에서 한 곡씩 골라 반주만 따라 들어보면, 세 사람의 공간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맞물리는지 비교하기 좋습니다.

함께 비교할 음반Roller Coaster (1999)

데뷔작과의 연속

이전1999년 음반에서 팀의 새로운 감각과 홈 레코딩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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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와 보컬

이전새로운 팀의 인상을 만드는 목소리

이번작은 일상의 문장이 앨범의 중심을 만드는 목소리

제작을 듣는 기준

이전집에서 만들었다는 새로움

이번제작 장소를 몰라도 설득력 있는 악기 간 균형

응원과 회상의 서로 다른 온도

〈힘을 내요, 미스터 김〉은 구체적인 이름을 부르는 방식으로 응원을 건넵니다. 모두에게 힘내라고 말할 때보다 한 사람에게 말을 거는 듯한 친밀함이 생깁니다. 리듬은 계속 움직이지만 노래가 청자에게 요구하는 힘은 어느 정도인지, 격려가 부담으로 바뀌지 않도록 어떤 거리를 두는지 들어볼 만합니다.

〈어느 하루〉에서는 일상이 과거의 관계와 스칩니다. 아주 평범한 말이 많이 설명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합니다. 악기가 화자의 속마음을 더 말해주는지, 끝내 말하지 않은 상태로 남겨두는지 귀를 기울여보세요. 같은 앨범 안에서 앞으로 살아가라는 응원과 이미 지나간 하루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이유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음반을 오래 들을수록 좋은 사운드라는 말도 더 구체적으로 확장됩니다. ‘좋은 사운드’라고 느낀 구간을 각자 하나씩 고르면, 같은 음반에서도 보컬을 먼저 들은 사람과 베이스를 먼저 들은 사람의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평가의 말이 실제로 들린 장면과 만나는 순간입니다.

귀 기울일 소리

  1. 〈힘을 내요, 미스터 김〉에서 베이스를 따라 한 후렴, 보컬을 따라 다음 후렴을 들어봅니다.
  2. 기타가 길게 멜로디를 연주하기보다 짧게 리듬을 찍는 위치를 찾아봅니다.
  3. 〈어느 하루〉에서 말이 멈춘 뒤 반주가 감정을 이어가는지 들어봅니다.
  4. 보컬의 감정이 절제될수록 더 가깝게 들리는 문장을 골라봅니다.
  5. 두 곡 사이에 앨범의 다른 트랙을 하나 넣었을 때 일상이라는 공통된 온도가 유지되는지 살핍니다.

함께 나눌 이야기

  • 이 음악의 어떤 소리가 2000년의 작품처럼 느껴지지 않게 하나요?
  • 응원의 말이 부담스럽지 않으려면 어떤 말투와 거리가 필요할까요?
  • 일상의 작은 사건도 앨범의 큰 주제가 될 수 있을까요?
  •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온 악기는 무엇이었나요?
  • 좋은 홈 레코딩과 좋은 대형 스튜디오 녹음을 귀로 구분할 수 있을까요?
  • 명반 순위를 알기 전후에 음악을 듣는 태도가 달라지나요?
기현 · YOU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