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선정의 변 강준영

2022년, J-pop에 입문한 저는 당시 유명한 J-pop 가수들을 위주로 듣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데뷔한 지 오래된 RADWIMPS라는 밴드는 잘 몰랐는데 20주년 앨범이 나온다고 하였는데요. 이 앨범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원곡을 아티스트의 색깔에 맞게 해석했다고 합니다.

참여 아티스트 중, 요루시카라는 아티스트가 있는데 Darma Grand Prix 라는 곡을 재해석하였고 이 곡이 제 마음을 크게 울려 앨범 전체를 듣게됐습니다.

원곡 보컬의 1, 2, 3, 4, 5 보이스를 샘플링하여 노래 전반에 녹여낸 것과 베이스, 드럼 기반의 리드미컬한 전개, 중간에 소리를 아예 지워버리는 트릭 등으로 노래 듣는 맛이 너무나도 좋아 단숨에 이 곡에 빠졌습니다.

요루시카 외에도 미세스 그린애플이 재해석한 협심증, 바운디의 전전전세 등 좋은 곡들이 너무나도 많아 이 앨범을 골랐습니다.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다른 목소리로 듣기

이 음반의 중심에는 하나의 밴드가 있지만, 실제로 노래하는 사람은 여러 아티스트입니다. RADWIMPS의 메이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2025년 11월 19일 발표됐으며, 원곡을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부른 열네 곡이 담겼습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사라져도 남아 있는 작곡의 특징과, 새 목소리가 들어오며 달라지는 감정을 함께 들을 수 있는 음반입니다.

RADWIMPS를 영화음악으로 처음 만난 청자와 이전 밴드 음반부터 들어온 청자는 서로 다른 대표곡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 트리뷰트는 그런 입구들을 한곳에 놓습니다. 밴드의 평가도 영화 주제가의 성공에만 머물지 않고, 복잡한 리듬과 빠른 언어, 서정적인 멜로디를 다른 음악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까지 넓혀볼 수 있습니다.

트리뷰트 앨범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방법

여러 팀이 모인 음반을 한 밴드의 정규 앨범과 똑같은 잣대로 들으면 흥미로운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음색의 통일성 대신 선곡의 폭과 해석의 차이, 원곡을 모르는 사람도 새 곡처럼 들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원곡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충실하다고 할 수도, 많이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창의적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요루시카와 미세스 그린 애플의 신청곡은 이 비교를 시작하기에 좋습니다. 전자는 리듬과 소리의 빈자리, 원곡 목소리의 활용을 중심으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후자는 보컬의 힘과 밴드의 밀도가 원곡의 불안과 긴장을 어떤 크기로 드러내는지 비교하기 좋습니다. 편곡이 달라질 때 가사의 같은 문장이 더 날카롭게, 혹은 더 멀게 들리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음반의 가치를 참여진의 유명세만으로 설명하면 개별 해석의 선택이 보이지 않습니다. 누가 불렀는지를 잠깐 잊고, 원곡에서 남긴 요소 하나와 바꾼 요소 하나를 찾아보는 편이 좋습니다. 들은 뒤 아티스트 이름을 다시 떠올리면, 우리가 그 음악가에게 기대했던 색깔이 실제 소리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전작 대신 원곡과 비교하기

트리뷰트 음반에는 같은 명의의 직전 정규작을 기계적으로 붙이지 않겠습니다. 〈DARMA GRAND PRIX〉는 RADWIMPS의 《×と○と罪と》에 실린 원곡과, 〈狭心症〉은 《絶体絶命》에 실린 원곡과 비교합니다. 원곡의 긴장과 속도가 각각의 재해석에서 어떤 자리를 얻는지가 핵심입니다.

원곡의 한 구간을 짧게 들은 다음 커버의 같은 가사 부분을 들어보면 변화가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비교를 너무 자주 끊으면 새 버전이 설계한 흐름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먼저 한 곡을 끝까지 들은 뒤, 기억에 남은 지점만 원곡으로 돌아가는 순서가 좋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가 생깁니다.

함께 비교할 음반DARMA GRAND PRIX 원곡 《×と○と罪と》(2013) · 狭心症 원곡 《絶体絶命》(2011)

비교의 단위

이전원곡 수록 앨범의 밴드 연주와 노다 요지로의 목소리

이번트리뷰트 참여자의 편곡과 목소리

통일성

이전같은 밴드가 한 시기에 만든 음악의 질감

이번서로 다른 음악가가 공통의 작곡가를 해석하는 관계

평가 기준

이전원곡 안에서 말과 연주가 만나는 방식

이번남긴 요소와 바꾼 요소가 새 노래에서 필요한 이유

모르는 밴드를 좋아하게 되는 입구

좋아하는 가수가 다른 음악가의 노래를 부를 때, 청자는 두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원곡을 찾아 과거로 갈 수도 있고, 함께 참여한 다른 가수의 음악으로 옆길을 낼 수도 있습니다. 트리뷰트가 음악의 계보를 실제로 넓혀주는 방식입니다.

전곡을 들은 뒤에는 서로 다른 편곡 속에 공통적으로 남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습니다. 멜로디인지, 말의 리듬인지,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인지 답이 갈릴 수 있습니다. 한 음악가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의 문장뿐 아니라 다른 음악가가 어떤 곡을 골라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만드는가에도 담깁니다.

귀 기울일 소리

  1. 요루시카 버전에서 숫자를 세는 원곡의 목소리가 어떤 위치에 놓이는지 찾아봅니다.
  2. 베이스와 드럼을 따라가며 기타가 전면에 있던 원곡과 무게중심을 비교합니다.
  3. 소리가 멈추는 대목에서 박자를 머릿속으로 계속 세어봅니다.
  4. 〈狭心症〉에서는 보컬이 음을 밀어 올릴 때 반주가 함께 커지는지, 빈자리를 남기는지 살핍니다.
  5. 원곡을 먼저 알았던 사람과 커버를 먼저 들은 사람이 기억한 핵심 장면을 비교합니다.

함께 나눌 이야기

  • 원곡의 정체성은 멜로디에 있나요, 목소리에 있나요?
  • 마음에 든 커버가 원곡을 찾아 듣게 한 경험이 있나요?
  • 같은 노랫말이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 들리면 화자도 달라지나요?
  • 편곡을 많이 바꾸는 것과 좋은 해석을 하는 것은 어떤 관계일까요?
  • 트리뷰트는 여러 곡의 모음일까요, 하나의 앨범일까요?
  •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선택에서 RADWIMPS의 어떤 영향력을 발견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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