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의 변 우상욱
다프트 펑크의 음악 여정을 마무리하는 음반이기도 하고 2010년대 음악 트렌드의 흐름을 바꾼 중요한 음반이기도 하기 때문. (펑크 그루브 뮤직과 LP의 부활 등) 그리고 이 음반에는 하나의 훌륭한 서사가 담겨있고 그것이 다프트 펑크의 앞으로의 여정과 맞물려 있기도 한 점이 여러 가지 의미로 명반이고 또 그 의미를 여럿이 함께 짚어 보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음반을 선택하게 됨.
아티스트와 앨범의 위치
다프트 펑크의 음악은 늘 과거의 소리를 새로운 환경에 옮기는 작업과 연결돼 있었습니다. 《Homework》가 클럽의 반복을, 《Discovery》가 샘플과 팝 멜로디의 결합을 넓혔다면, 《Random Access Memories》는 그들이 사랑했던 음악을 실제 연주와 녹음의 과정으로 다시 만나는 음반입니다. 로봇의 모습으로 활동하는 두 사람이 사람의 손과 목소리에 더 많은 자리를 내준다는 점부터 흥미롭습니다.
이들의 아티스트로서의 성취는 히트곡 몇 개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샘플을 고르는 귀, 반복을 오래 견디게 만드는 편곡, 앨범과 공연의 시각적 세계를 함께 설계하는 능력이 이어집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 능력이 연주자를 섭외하고 좋은 테이크를 고르며 서로 다른 세대의 음악을 한 음반 안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직접 모든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작품의 저자가 되는 일이 어떻게 다른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을까요
2013년 피치포크의 마크 리처드슨은 악기들이 개별적으로 또렷하면서도 편곡 안에서 어울리는 녹음의 완성도와, 전곡을 순서대로 듣도록 만든 구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같은 글은 지나치게 완벽하게 다듬어진 소리가 오히려 차갑게 느껴질 수 있다는 역설도 짚었습니다. 좋은 소리와 생생한 소리가 언제나 같은 뜻인 것은 아니라는 쟁점입니다.
이 음반의 매력은 소리의 크기보다 소리 사이의 관계를 따라갈 때 더 잘 드러납니다. 기타의 짧은 리듬, 베이스의 움직임, 드럼의 작은 강약이 같은 박자 안에서 조금씩 다른 표정을 만듭니다. 전자음악을 오래 만든 음악가가 연주 음반을 만들었을 때, 루프를 설계하던 감각이 사라지는지 혹은 더 정교한 연주 편집으로 이어지는지 귀를 기울여볼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이 발표된 순간과 지금 듣는 순간도 다릅니다. 2013년에는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하는 신작이었고, 2021년 해체 이후에는 마지막 정규 앨범이라는 위치에서 다시 들립니다. 마지막 작품이 됐다는 사실이 모든 가사와 전개를 처음부터 예정된 작별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억과 접촉을 반복해서 말하는 음악이, 시간이 흐른 뒤 더 강한 여운을 얻는 이유는 함께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전작에서 달라진 것
직전 정규작 《Human After All》의 거친 반복과 짧은 구호를 떠올리면 변화가 큽니다. 여기서는 연주가 길게 펼쳐지고, 노래 중간에 풍경이 달라지며, 한 곡이 작은 극처럼 움직입니다. 《Discovery》가 기존 음반의 한 부분을 떼어 새 기억으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기억을 불러올 연주 자체를 새로 녹음합니다.
비교의 핵심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우열이 아닙니다. 샘플의 반복에서 느끼는 쾌감과 한 번의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생기는 미세한 변화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같은 다프트 펑크의 작품에서도 음악을 만드는 재료와 청자가 시간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함께 비교할 음반Human After All (2005) · 샘플을 사용하는 방식은 Discovery (2001)와도 비교
제작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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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실제 연주와 긴 편곡의 변화
과거 음악과의 관계
이전Discovery에서 기존 녹음의 조각을 새 노래로 편집
이번좋아했던 시대의 연주와 제작 방식을 새 녹음으로 재구성
청취의 시간
이전짧은 모티프가 쌓이는 몰입
이번긴 곡과 곡 사이의 대비를 통과하는 몰입
Give Life Back to Music으로 여는 앨범
〈Give Life Back to Music〉은 《Random Access Memories》의 첫 곡입니다. 음악에 생명을 돌려준다는 제목을 이 음반의 입구에 놓고, 실제 연주와 전자적으로 가공한 목소리가 만나는 방식을 들려줍니다. 제목을 제작자의 단일한 선언으로 확정하기보다, 어떤 소리에서 생동감을 느끼는지 각자의 귀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힘 있게 펼쳐지는 도입 뒤에 기타와 드럼이 만드는 리듬을 따라가보세요. 짧은 기타의 반복, 베이스의 움직임, 드럼의 강약이 같은 박자 안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 듣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전자적으로 변형된 목소리가 들어오면 사람의 연주와 기계적인 음색이 서로 다른 재료로 남는지, 하나의 그루브로 들리는지도 살펴볼 만합니다.
흥겨운 한 곡으로 듣는 즐거움과 앨범의 첫 장면으로 듣는 경험을 함께 놓아보세요. 이 곡이 음반 전체에 어떤 기대를 만들어놓는지 생각하면, 앨범을 순서대로 듣는다는 이번 모임의 주제와도 이어집니다. 다음 곡의 첫 부분까지 연결해 들어보면 입구의 활기와 이어지는 분위기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귀 기울일 소리
- 도입의 넓게 펼쳐지는 소리에서 리듬이 자리를 잡는 순간을 찾아봅니다.
- 짧게 반복되는 기타와 드럼을 번갈아 따라가며 두 악기가 맞물리는 방식을 듣습니다.
- 이번에는 베이스만 따라가며 몸이 박자를 느끼는 지점이 달라지는지 살핍니다.
- 전자적으로 가공한 목소리의 발음이 멜로디뿐 아니라 리듬의 일부로 들리는지 들어봅니다.
- 같은 구절이 돌아올 때 주변 악기의 밀도와 작은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합니다.
함께 나눌 이야기
- 좋은 녹음의 기준은 악기가 잘 구분되는 것일까요, 한 덩어리로 몰입되는 것일까요?
- 샘플을 고르는 일과 세션 연주를 고르는 일 가운데 음악가의 개성이 더 잘 드러나는 쪽이 있나요?
- 음악에 생명을 돌려준다는 제목은 어떤 소리를 들을 때 가장 와닿았나요?
- 전자적으로 변형한 목소리도 따뜻하거나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요?
- 앨범의 첫 곡으로 들을 때와 이 곡만 따로 들을 때 기대하는 것이 달라지나요?
- 이 곡에서 몸을 움직이게 한 것은 기타, 베이스, 드럼, 목소리 가운데 무엇이었나요?
